[서비스 디자인] PART. 2 서비스를 디자인하기

연구를 디자인으로 만들기

연구를 디자인으로 만들기

이전 장에서 우리는 서비스 디자이너의 기본 역량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직업을 리서처가 아닌 서비스 디자인이라 말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앞서 서비스 디자인에 있어 사용자 조사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리서치) 결과를 어떻게 디자이너에게 전달해 디자인 작업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는 인사이드 핸드오버(inside handover)란 용어로 통용된다. 조직 작업에 있어 파트 1에서 말한 ‘사일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이루어지는 작업으로 조직 작업의 연결성이 이 인사이드 핸드오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서치 작업물 형태인 연구 자료를 디자이너에게 적절히 전달 되었을 때,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은 그 힘을 가진다. 이러한 과정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저 시각화된, 잘 그려진 한 장의 그림.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부분이 서비스 디자인은 방법론으로 완성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렇다면 연구 자료가 디자이너에게 잘 전달되어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이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났다면 그것으로 끝인가? 그렇지 않다. 방법론, 즉 도구를 사용하였으니 그 다음 단계인 개발 단계가 필요하다.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으로 끝난다면 그저 서비스 분석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서비스 디자인이란, 크게 서비스 연구 - 서비스 분석 - 서비스 개발 이러한 세 단계를 연결성 있게 끌고나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비스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인 서비스 분석으로 넘어가기 위해 어떤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가? PART 1에서 우리는 서비스 리서치의 인사이트를 결과물로 보이기 위해 블로그, 보드, 워크샵 등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서비스 디자인은 보다 전문적인 시각화 언어를 활용해야 한다. 서비스 디자인에서 말하는 연구 자료를 서비스 디자인으로 핸드오버하는 시각적 언어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서비스란 비물리적 형태로 사람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시각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 생태계 맵, 서비스 청사진, 서비스 제안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비스 디자인으로 보여주기

  • 서비스 생태계 맵

비물리적 형태의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 전체 맥락을 포착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서비스 생태계 매핑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서비스에 의해 영향을 주고 받는 모든 주체들과 그들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생태계의 비유를 사용해 서비스를 묘사해 보면 서비스의 생태가 자연과 같은 복잡성을 가진다는 것을 포착하며, 한 서비스에 연루되어 있는 모든 주체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가치를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흔히 고객들이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치고 일방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곤 한다. 서비스 디자인 작업에서는 이러한 고객(사용자)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서비스 생태계를 묘사하는 것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비스의 생태계 비유에서 한 가지 더 확인할 점은 하나의 서비스에 속한 주체들은 마치 자연 생태계와 같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즉, 서비스가 이러한 지속적인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탄력성과 회복력을 가지고 디자인 될 필요가 있다. 서비스 디자인 컨설팅 과정에서 공동 디자인 및 고객사의 적극적 관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직원들이 서비스 디자인 도구를 적절히 학습하면 매번 서비스를 디자인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도 자잘한 조정 사항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매핑해야하는 이유는 알았다. 그렇다면 서비스란 방대한 생태계를 어떻게 매핑해야 하는가? 서비스 생태계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서비스 디자인에서는 서비스 생태계를 표현하는 방법론으로 서비스 생태계 지도를 활용한다. 이는 서비스의 시스템을  시각화하는 시스템 지도(시스템 맵)의 종류 중 하나로 보편적으로 세 가지의 시스템 지도를 활용한다.

이 중 서비스 생태계 지도는 서비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작업해야 할 영역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수립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객사와의 워크숍에서 서비스 생태계 매핑은 프로젝트 과제 영역을 정의, 조정, 확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매핑 활동 그 자체에 너무 몰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 생태계는 경우에 따라서 무한대로 커질 수 있기에, 적절한 경계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서비스의 생태계에 맞춰 유동적인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화이트보드상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작성단계에서는 시각적인 정갈함보다 일상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서로 다른 서비스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점에 집중하여야 한다.  서비스의 복잡성을 디자인할 수 있는 요소인 ‘시간’과 ‘맥락’에 집중해 화살표와 선들을 활용해 그들의 연결성을 나타낸다. 서비스란 모든 경험에 대한 상호작용의 결과물로 서비스를 디자인함에 있어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용자 중심 디자인’ 적인 접근 방식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 서비스 청사진

서비스 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위한 인사이트와 배경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이 정보들을 어떤 형태로든 체계화시켜야 한다. 무형의 상호작용을 구조화하고, 디자인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련의 과정을 펼쳐내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것이 서비스 청사진(서비스 블루프린트)이다.

서비스 경험 안의 각기 다른 접점들을 모두 연결하고 조직 이혜관계자들의 욕구와 희망사항을 조율하는 작업을 진행하면 작업물의 복잡성이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이것이 서비스 청사진 탄생의 배경이 된다. ‘서비스 블루프린트’는 린 쇼스탁(Lynn Shostack)이 1980년대 초에 창안한 방법론으로 고객 서비스의 경험을 구성하는 시간과 가시선을 이용해 서비스의 흐름과 관계를 시각화한 방법이다. 가시선의 개념은 ‘고객(사용자)’이 경험하는 모든 앞무대(프론트 스테이지)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뒷무대(백 스테이지)를 나누는 선으로 서비스를 오케스트라나 연극 공연의 과정으로 이해해 보는 시점에서 큰 가치를 가진다. ‘무대(스테이지)’의 개념이나 서비스 생태계의 ‘환경(생태계)’이란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서비스에 관련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맥락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연극에 비유하는 것은 한계점도 존재한다. 실제 사람들이 대본에 맞춰 움직여주지 않으며, 예기치 못한 상황들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를 즉흥 연극과 같이 생각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언제나 생길 수 있으며 다 예상할 수 없는 변수를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서비스 청사진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첨부한다.

서비스 디자이너는 서비스 청사진을 통해 어디에서 서비스 채널들과 기술들이 서로 잘 작동하여 가치를 창출하는지, 언제 그들이 불협화음을 내는지와 같은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본 작업은 분석의 과정으로 활용될 수도, 아이디어 발상의 방법이 되어줄 수도 있다. 서비스 청사진을 통해 기존의 서비스를 분석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개선점이나 혁신적 해결책을 발상해 내기 위해서 반복적인 수행이 필요하다.

  • 서비스 제안서

서비스 ‘제안서’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는 매우 고루한 단어중 하나일 수 있다. 시각화 방법론을 통해 서비스를 시각화하였지만, 우리가 비즈니스적으로 얽히는 고객사는 디자이너들의 생각보다 더욱 고전적인 언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에 서비스 디자이너의 고려 대상인 고객사, 즉 클라이언트에게도 적합한 언어를 활용해 서비스의 개념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 방식은 서비스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 

서비스 제안서는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제안서와 같은 것이지만 비즈니스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과 사용자 입장을 함께 생각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리서치로부터 얻어진 실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작성하는 서비스 제안서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적절한 답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 새로운 서비스가 무엇이며 무엇을 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이해하는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서비스는 추상적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과연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자신의 삶에서 필요로 하는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2. 서비스가 자신들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인식하는가?
    UX 심리학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술자는 아무 필요 없는 물건을 마구 만들어내는 죄를 얼마나 많이 짓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이 지금 새로운 서비스 제안서를 개발중이라면, 그 서비스가 어떻게 사용자의 삶에 가치를 더해줄 것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제작사 측의 판단이 아니라 고객(사용자) 인사이트 리서치를 통해 발견된 니즈가 바탕되어야 한다.
  3.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이해하는가?
    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를 처음 인지하는 사람도 서비스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서비스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중요한 사업 성공의 핵심으로 좋은 서비스 제안서의 본질도 여기서 나타난다. 

위의 세 가지 질문이 제법 추상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디자이너와 같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고전적인 형태의 보고서나 제안서에 해당하는 글쓰기에 취약한 집단도 드물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이러한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서비스를 시각화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서비스 청사진을 작성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서비스 제안서를 작성하기 앞서 서비스 청사진으로 서비스 과정을 쪼개어 체계적으로 목차와 세부내용을 찾아 낼 수 있다.

  1. 리소스를 어디에 분배할 것인가 선택하기
    서비스 과정을 나열한 서비스 청사진 속에서 어떤 접점에 더 초점을 맞추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선택한다. 이는 서비스의 핵심과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핵심이 된다. 
  2. 여정 요약
    어떤 서비스 접점에서 더 큰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가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서비스의 뒷무대(백 스테이지)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한다. 어느 부분이 고객 여정상의 문제로 이어지는지, 기회 요소는 어느 부분인지, 비즈니스 적 측면에서 가치가 잘 창출 되는지에 대한 것들을 정해 나간다. 서비스의 일부 접점들을 따라 연결하면 사용자의 여정이 자연스럽게 요약되는데, 이 요약본 각 단계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면 시나리오 스토리 보드가 된다.
  3. 서비스 단계와 스텝 요약
    여정 요약과 비슷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으나, 위의 여정 요약 스토리보드가 사용자의 예상 시나리오를 이야기 한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술적 전달 방식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기회 요소와 필수 개발 요소와 같은 방향에 대한 설명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4. 각 서비스 접점 명시하기
    사용자 여정의 단계에서 직원과 교차하는 채널(서비스 접점)을 나열한다. 이는 해당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요소가 된다. 이것을 통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후 디자인 브리핑 및 계획안의 기본이 된다. 

그렇다면 서비스 디자인은 방법론인가?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오해이다.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고 활용하는데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은 그 임팩트로 인해 자칫 서비스 디자인의 본질이 도구이며,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하면 모든 서비스를 디자인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분명한 오류이며, 오해이다.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적 역량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비스 연구 - 서비스 분석 - 서비스 개발 세 단계에서 이어진다. 서비스란 연극이고, 환경으로 개별적 객체나 사일로가 아닌 전체 경험의 연결성과 흐름이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기에 서비스 디자인 단계의 과정인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에 치우치면 안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 디자인의 연결성과 방법론에 대해 위의 자료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서비스 디자인의 전부라고 쉽게 생각하는 방법론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서비스 디자인의 진정한 힘은 서비스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에 대한 연결성을 이어가는 각 단계의 사일로 벽을 무너뜨리고 그들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하나의 큰 맥락이 있는 그림으로 만들 때 생긴다. 

서비스 디자인은 이렇게 다양한 기술의 융합과 방법론의 활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서비스 디자이너는 이러한 특정 전문성들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가들은 평행선과 같이 서로간의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니즈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서비스를 이루는 대상자들의 접점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평행 궤도를 맞물리게 하기 위해 서비스 디자이너는 서비스 방법론을 활용하고 이후 원활한 서비스 개발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서비스 디자인은 폭넓게 진행되야 하는 동시에 깊게 진행되어야 하며, 서비스 디자이너는 이러한 서비스란 환경에서 확대와 축소 영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